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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막 : 구 영 미

 

"중국을 깨우지 마라
중국이 깨면 세계가 흔들릴 것이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런던, 1995년"

 

손 조심해

 

그러게 차 탔으면

 

이렇게 안 젖었잖아요

 

무슨 일이시죠?

 

여긴 콜솔프입니다

 

예약 전용 호텔이죠

 

엘리너 영이라고 하는데

 

랭커스터 스위트룸을
예약했어요

 

어제 전화해서
확인도 했고요

 

죄송하지만 그런 이름은
명단에 없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호텔 지배인 레지널드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엘리너 영이라고 하는데

 

어서 스위트룸으로
올라가고 싶네요

 

아주 멀리서 왔거든요

 

지금은 빈방이 없습니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다른 숙소를 찾아보시죠

 

차이나타운으로
가보시는 건 어떤가요?

 

지옥으로 가보는 건
어떠냐?

 

개떡같이 생긴 게

 

남편이랑 통화하게
전화 좀 쓸 수 있을까요?

 

그 정도는
해주실 수 있잖아요

 

당장 나가시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해보세요

 

콜솔프 경
정말 죄송합니다

 

엘리너! 방금
남편과 통화했어요

 

당장 랭커스터 스위트룸을
준비하게

 

농담이시겠죠

 

농담으로 보이나?

 

이 시간부로

 

우리 집안은 호텔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네

 

싱가포르의 영 가문에

 

호텔을 팔기로 했거든

 

새로운 주인
엘리너 영에게 인사하게

 

축배라도 들까요?

 

좋죠

 

바닥 좀 닦아요
물기 안 보여요?

 

빨리 닦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올인

 

폴드요

 

빈털이었어요?

 

처음부터요?

 

좋아요

 

내가 어떻게 커티스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을까요?

 

커티스는 지독한 짠돌이니

 

머리를 쓰기보단
마음을 따르겠죠

 

인간은 원래 소중한 걸
잃기 싫어해요

 

그래서 비이성적이고
잘못된 선택을 하죠

 

커티스는 이기는 게 아니라

 

잃지 않는 게 목적이었어요

 

자, 가서 머리나 잘라

 

좋아요
오늘 수업은 이걸로 끝

 

조건부 확률 보고서
다음 주까지 꼭 제출해요

 

"뉴욕, 2018년"

 

좋았어!

 

그냥 하나 더 시켜

 

난 커피면 됐어

 

맨날 그렇게 말해놓고

 

내 디저트를 먹어치우잖아

 

먹어치우다니?
난 요만큼밖에 안 먹었어

 

이거 하나만 더 주실래요?
고마워요

 

동쪽 구경 좀 해볼까?

 

이스트 빌리지에서
찐빵 먹고 싶구나

 

맞지?

 

그거 말고 좀 더 멀리

 

퀸스 말이야?

 

싱가포르 말이야
봄 휴가 때

 

콜린이 결혼하잖아

 

사귄 지 1년도 넘었는데

 

예쁜 애인 자랑 좀 해야지

 

콜린 들러리 서는 김에

 

내 고향 보고 싶지 않아?

 

우리 가족이랑
할머니도 만나고

 

당신 대학 시절
이상한 룸메도 있잖아

 

페이크린

 

- 응
- 놀러 오라고

 

계속 조르더라

 

그것 봐, 이건 운명이야

 

같이 가자

 

레이철 추가 얼마나 멋진지
싱가포르도 알아야지

 

"대박, 내가
오늘 누구 봤게?"

 

"누구?"

 

"진짜 '닉 영'이야?"

 

"응"

 

"여자는 누군데?"

 

"이름이 레이철 추래"

 

"저 여잔 누구야?"

 

"레이철 추"

 

"레이철 추만 한가득이네"

 

"추우 아니야?
치우? 츄?"

 

"대체 누구지?"

 

"쌍둥이한테 물어봐!"

 

"찾았어!"

 

"레이철 추"

 

"반지 꼈어?
미국인 같은데?"

 

"설마! 짜증 나!
가볍게 만나는 거겠지"

 

"결혼식에 데려갈 거래!"

 

"진심? 미쳤다! 안 돼!"

 

"제정신? 이건 아니지"

 

"어맨다도 알고 있어?
찌질해 보여"

 

"닉 어머니도 아신대?"

 

"싱가포르"

 

'너희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천상의 것들을 추구하라'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오른편에
앉아 계시느니라'

 

'지상에 있는 것들에
마음을 두지 말고'

 

'천상에 있는 것들에
마음을 두어라'

 

엘리너, 니키가 결혼식 때
애인 데려온대요?

 

우리 어맨다가
친구한테 들었대요

 

에디가 그러는데
이름이 레이철 추래요

 

닉은 혼자 오는 거
아니었어요?

 

애인 있는 거
알고 있었어요?

 

한두 명도 아니고
어떻게 다 알겠어요?

 

어맨다는 모르는 애가 없는데
처음 듣는 이름이래요

 

레이철 추

 

대만 플라스틱 기업
추 가문 아닐까요?

 

제가 사설탐정을
붙여볼까요?

 

아주 은밀하게요

 

하나님의 말씀이나
다시 귀 기울여 듣죠

 

아가씨

 

에베소서 6장 4절

 

'자식을 주님의 정신으로
교육하고 훈계하라'

 

신실한 기독교도면
좋겠어요

 

집에 데려올 정도면
진지한 사이잖아요

 

맞아요

 

- 엄마야, 받아도 돼?
- 응

 

- 그래, 내 몫 남겨놔
- 알았어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아들한테 전화하는데
꼭 무슨 일이 있어야 하니?

 

보통은 그렇잖아요

 

참 웃기는구나

 

콜린 결혼식 때
여자 친구 데려올 거니?

 

안 그래도 방금
그 얘기 중이었어요

 

어떻게 아셨어요?

 

모르는 사람이 없어

 

역시 빠르네요

 

고린도서 읽고 있어요
금방 갈게요

 

 

어서 보고 싶구나

 

네 방도 준비해 놨단다

 

감사해요

 

하지만 레이철이랑
같이 지낼 거예요

 

그래

 

집을 새로 꾸미는 중인데

 

손님 방은 준비가 덜 됐어

 

같이 올 거면
다른 데서 머무는 게

 

그 아가씨한테
더 편할 것 같구나

 

- 미안
- 당신 몫 남겨놨어

 

진짜? 아주 쪼끔 남겼네

 

고마워라

 

어머님은?
별일 없는 거지?

 

최고야

 

엄마, 이거 어때요?

 

- 귀엽죠?
- 안 돼!

 

남자 친구 할머님 뵙는데
그걸 입으면 어떡해?

 

파랑이랑 하양은
중국에서 상복 색깔이야

 

바로 이게 복과 다산을
상징하는 색이지

 

애도 쑥쑥 낳고
아주 좋겠네요

 

남자 친구 부모님
만난다면서

 

도와달라고 한 건
너잖니

 

아는 게 없으니까요

 

가족 얘기가 나오면
꼭 화제를 돌려요

 

부끄러운 거 아닐까?

 

돈을 부쳐줘야 할 정도로
집이 가난한 거지

 

부모 봉양이야
중국인한텐 기본이지만

 

아주 즐거울 거야

 

항상 아시아에
가보고 싶어 했잖아

 

누가 아니?
거기서 일이 잘 풀리면

 

기념품이랑 같이 돌아올지

 

엄마, 그만하세요!

 

그런 얘기는
해본 적도 없어요

 

그래 봤자 저랑
얼마나 다르겠어요?

 

그 표정 뭐예요?
다 봤어요

 

별건 아니고 그냥

 

그쪽 가족은 이번 방문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할 거야
우리랑 다르니까

 

그래 봤자
똑같은 중국인이잖아요

 

전 완전 중국인이에요
경제학 교수에

 

유제품 잘 못 먹잖아요

 

하지만 넌
미국에서 자랐잖아

 

중국인처럼 생겼고

 

중국어도 할 줄 알지만

 

여기랑

 

여기가

 

완전히 달라

 

하지만 행운의 색을 입으면
첫인상은 좋게 보이겠지

 

좋아, 이렇게 하자

 

짐 부치고
보안 검색 통과한 뒤에

 

엄마표 수제 도시락
먹는 거야

 

두 분 모두 안녕하십니까

 

수화물 접수와 일등석 탑승
도와드리겠습니다

 

- 잘됐네요
- 뭔가 오해하셨나 본데

 

저희는 일등석이 아니라
이코노미 탑승객이에요

 

이쪽으로 오시죠

 

괜찮아, 가자

 

하지만...

 

괜찮아, 그냥 둬도 돼

 

어서 오십시오

 

개인 스위트룸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샴페인도 있습니다

 

"퍼시픽 아세안 항공"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아닙니다

 

이륙 뒤엔 라운지에서
쉬시겠습니까?

 

아니면 좌석을
침실로 바꿔드릴까요?

 

괜찮아요, 감사해요

 

편히 쉬십시오

 

닉, 이게 얼마짜린지 알아?

 

여기 있는 잠옷이
내 옷보다 비쌀걸?

 

가족이 항공 관련 일을 해서
이 정도는 공짜야

 

무슨 일을 하는데?

 

부동산, 투자, 기타 등등
지루한 것뿐이야

 

딤섬이네

 

그러니까
가족이 부자라고?

 

그냥 좀 풍족한 거지

 

딱 갑부들이 하는 말이잖아

 

별로 큰일은 아니지만

 

난 꿈에도 몰랐다는 게
좀 이상해서

 

자긴 적립 카드 모으고

 

내 넷플릭스 아이디
같이 쓰고

 

냄새나는 YMCA 경기장에서
농구 하잖아

 

난 거기 아주 맘에 들어
고마워

 

그래, 부자인 건 맞지만
우리 가족이 그런 거야

 

내 돈은 아니지

 

그래, 근데 가족들 만나려면

 

어떤 사람들인진 알아야지

 

자기 가족이잖아

 

그래

 

보통 가족들이랑 똑같아

 

반은 참 좋고
착한 사람들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아니지

 

내가 만나는 건
어느 쪽인데?

 

"대만"

 

사촌 앨리스터는
대만에서 영화를 만들어

 

컷!

 

배우 키티 퐁이랑
사귀고 있어

 

- 키티
- 앨리스터

 

맘에 들어?
감정이 막 벅차올라, 느껴져?

 

자기도 나도
전부 느껴져

 

연기가 왜 저 모양이래요?

 

교체하면 안 돼요?

 

저 인간 돈으로
영화 만드는 건데

 

애인 연기 구리다고
직접 말해 봐

 

사촌 에디는?
한 번도 얘기한 적 없잖아

 

에디는 홍콩
금융계 거물인데

 

아주 가정적이야

 

"홍콩"

 

고개를 움직이시면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요

 

아뇨, 이게 최적의 각도예요

 

그럼 여기까지 하죠

 

러셀, 고마워요
정말 영광입니다

 

네, '보그' 홍콩판 독자들도
좋아할 거예요

 

고마워요, 러셀

 

'보그' 홍콩판?
전부 당신 옷 때문이야

 

내 말대로
보테가를 입었으면

 

'보그' 미국판에 실렸겠지

 

당신이나 실컷 입든지

 

안 돼!

 

아스트리드도 있어

 

기억나

 

어릴 때 꼭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

 

정말 멋진 애지

 

친척 중에 친한 건
거의 걔뿐이야

 

가식 같은 건 전혀 없어

 

아는 사람은 다 알지

 

"상하이"

 

옥스퍼드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자선 단체를 여럿 운영하는
패션 아이콘이야

 

어떤 사촌보다
마음이 따뜻해

 

- 엄마, 이것 좀 보세요
- 지금은 안 돼

 

안녕, 난 아스트리드란다
네 이름은 뭐니?

 

비타요

 

얘는 누구야?

 

번번이요

 

리본을 매니까 더 멋지네
안목이 좋구나

 

감사합니다

 

준비됐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둘 다 만나서 반가웠어

 

앤트워프 최신작입니다

 

지금 처음으로
선보이는 거죠

 

저건 뭐죠?

 

저거요?

 

아주 특별한 물건이죠

 

버마 왕조 진주
드롭 귀걸이입니다

 

에메랄드와 최고급
적색 루비가 사용됐죠

 

수파야랏 왕비가
1878년 대관식 때 했던 겁니다

 

얼마죠?

 

고객님께서 해주신다면
엄청난 홍보가 될 겁니다

 

원가 그대로 드리죠

 

120만 달러입니다

 

왜 가족들이 있는 집 말고
호텔에서 머무는 거야?

 

중국인 효자들은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아?

 

첫째, 난 그렇게
착한 아들이 아니야

 

둘째

 

그냥 잠깐이라도
단둘이 있고 싶어서

 

어때?

 

좋아

 

"싱가포르
싱가포르 해협"

 

"싱가포르"

 

"싱가포르 창이 공항"

 

공항에 나비 정원에

 

극장까지 있다니

 

JFK 공항은
세균이랑 절망뿐인데

 

닉!

 

아라민타!

 

-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 나도

 

- 레이철
- 안녕하세요

 

- 여기 있네
- 드디어 만나네요

 

저도 반가워요

 

- 니키닉!
- 오랜만이다

 

이게 얼마 만이야?
어서 와

 

- 마중 안 나와도 되는데
- 당연히 나와야지

 

들러리까지 서줄 친구인데

 

- 반가워요, 레이철
- 안녕하세요

 

- 이렇게 만나네요
- 저도 반가워요

 

- 갈까? 같이 옮겨줄게
- 그래

 

- 선물이에요
- 이건 내가 들게

 

좀 과했죠?

 

- 동네 구경 좀 하자
- 배고파요?

 

전 항상 배고파요
전부 먹어치우러 가죠

 

지상낙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배고파?
난 굶어 죽을 것 같아

 

고마워요

 

여기! 받아!

 

이쪽이야

 

가게마다 음식을
하나씩 파는데

 

대대로 장사해 온
가게들이야

 

노점상이
미슐랭 별을 받은 건

 

전 세계에서
이 동네가 유일하지

 

- 왔구나!
- 아저씨

 

이게 얼마 만이야?

 

자, 맛있게 먹어라

 

- 이거 봐
- 나 이거 진짜 좋아!

 

"사테"

 

- 여기 하나
- 고마워

 

토한 거 같지 않아?

 

- 우와!
- 그렇지?

 

내가 그랬잖아

 

- 싱가포르 최고의 사테야
- 진짜 맛있죠?

 

다들 먹자

 

내일 나 좀 도와줘

 

들러리 준비할 게 있는데

 

버나드 타이랑
둘이서 하고 싶진 않아

 

걜 들러리로 세우다니
아직도 안 믿겨

 

- 내 말이 그 말이야
- 민티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내가 고른 거 아니야

 

버나드라고
인간쓰레기가 있어요

 

어릴 때 코 묻은 돈을
훔쳐가곤 했었죠

 

니키닉이
패버리기 전까진요

 

- 그게...
- 사람을 팼어?

 

딱 한 대 쳤어

 

근데 걔가 날 깔아뭉갰어

 

싸움이라고 하기도
민망하지

 

건배하죠

 

들러리 닉 영을 위하여
싸움엔 재주가 없지만

 

든든한 내 편인
친구를 위해

 

- 유부녀의 삶을 위하여
- 그리고...

 

- 아직은 아니잖아
- 그렇지!

 

일주일 뒤부턴 맞지만

 

네 총각 파티부터 하자

 

꼭 해야 해? 응?

 

실제로 만난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주말에 할 처녀 파티에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요

 

- 저야 좋죠, 고마워요!
- 잘됐네요

 

- 난 빼는 거야?
- 고맙다

 

- 나 빼려고?
- 버나드로 바꿀 거야

 

됐어

 

게다가 닉의 저런 모습은
백만 년 만에 처음 봐요

 

그래도 웃기잖아

 

그냥 집에 와서
좋은 거죠

 

네, 그냥 집에 와서
좋은 거죠

 

여자 친구랑 같이요

 

아저씨한테 걸리면
끝장이야

 

맞아, 건배하자

 

이제 좀 먹어보자

 

게가 저절로 없어지진
않을 테니까

 

뭐부터 먹어볼까?

 

- 이거요, 고마워요
- 이건 어때요?

 

- 엄청 매워
- 엄청 맵지

 

닉이 싱가포르에 왔다!

 

집에 오니까 좋다

 

- 남편 왔나요?
- 아직입니다

 

아드님이 깼는데
사모님을 찾아요

 

알았어요

 

어떻게 할지 알죠?
서둘러요

 

"디올, 로터스"

 

미안해, 회의가 길어져서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수요일부터
결혼식인 거 알지?

 

- 그땐 꼭 일정 비워둬
- 그래

 

당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한시도 놓칠 순 없지

 

그렇게 나쁘진 않을 거야

 

닉 여자 친구도 온대

 

당신도 맘에 들 거야

 

그래? 왜?

 

나 같은 서민이라?

 

그런 뜻 아닌 거 알잖아

 

저번에 보니까

 

청소부가 지미 추 신발을
건조기 뒤에 숨기더라

 

뭐하러 자꾸 물건을 숨겨?

 

어차피 뭐든 살 수 있잖아

 

안 그래?

 

우리 집 돈 기둥도
당신이고

 

그건 과장이야

 

선물이 있어

 

당신 창업 기념이야

 

비싼 선물
싫어하는 거 알지만

 

이젠 군인이 아니라

 

CEO니까
CEO답게 보여야지

 

맘에 드네, 고마워

 

몇 시지?

 

아침이야

 

이제 결혼식 준비하러
가야 할 것 같아

 

가지 마

 

누워 있어
내가 아침 가져올게

 

나도 일어나야겠다

 

페이크린이랑
오늘 만나기로 했어

 

친구 만나는 거 좋지
대신 잊지 마

 

오늘 할머니랑
저녁 식사 있는 거

 

- 가족들도 전부 올 거야
- 그래

 

빨리 소개하고 싶어

 

절경이네

 

내가 어떻게 거부하겠어?

 

못 하지

 

일부러 안경 쓴 거지?

 

뉴욕 사람이
우리 집에 왔네!

 

신난다!

 

페이크린!

 

이놈의 계집애, 이리 와!

 

여전히 멋지네

 

그래, 세상엔
영원한 것도 있으니까

 

집도 굉장한걸?

 

애스터! 밴더빌트!
록펠러!

 

못된 녀석들, 그만 짖어

 

- 레이철!
- 안녕하세요

 

싱가포르가 많이 덥지?
시원한 안으로 들어가자

 

가족들이 전부 기다리고 있어
다들 기대 중이야

 

레이철, 어서 오렴

 

세상에! 집이 굉장하네요
아주머니

 

듣기 좋은 소리도 잘하네

 

어머님이라고 부르렴

 

죄송해요, 어머님

 

그래

 

베르사유 거울의 방을
보고 만든 거야

 

도널드 트럼프 욕실도

 

- 진짜?
- 응

 

맘에 드니?

 

 

황금색이 눈부시네요

 

레이철, 대학 다닐 때

 

우리 페이크린을
많이 도와줘서 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큰일 났을 거야

 

아뇨

 

저야말로 얘 없었으면
큰일 났을 거예요

 

말씀 고맙습니다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이 필요한가?

 

한가? 항가, 응가!

 

장난친 거야
난 이런 억양 없어

 

그냥 놀린 거야

 

나도 미국에서 공부했거든

 

캘리포니아 주립대
풀러턴에서

 

사상을 전공했지

 

편하게 먹으렴, 레이철
차린 건 별로 없지만

 

수줍어하지 말고

 

- 감사합니다
- 모델도 아니잖아

 

확실히 아니죠

 

그래, 모델이라기엔
거리가 너무 멀지

 

- 그러게요
- 꼭 다 먹어야 한다

 

내가 지켜볼 테니까

 

- 네, 감사해요
- 그래

 

- 아빠, 트램펄린 타도 돼요?
- 타도 돼요?

 

치킨너깃도
다 안 먹었잖아

 

미국엔 지금도
굶는 아이들이 많아

 

이 언니 좀 봐라
미국인인데

 

엄청 말랐지?
이렇게 되고 싶니?

 

- 아뇨
- 아뇨

 

그럼 몽땅 먹어!

 

레이철, 미국에선
무슨 일을 하니?

 

경제학 교수요

 

굉장하구나
경제학 교수라고?

 

그럼 아주 똑똑하겠네
대단한걸

 

솔직히 말해서
같은 학교를 나왔는데

 

한 사람은
유용한 학위를 땄고

 

다른 하나는
코미디언이 돼서 왔지

 

PT

 

여기 좀 봐, 후끈하지?

 

이런 애랑 데이트해야지

 

똑똑하고 예쁘잖아
머리는 비었는데

 

눈만 크고 엉덩이 작은
한국 아이돌이랑 달리

 

힙이 아주 끝내주더라

 

이런 여자를 잡아야 해
부끄러워 말고 말 걸어 봐

 

- 사랑해요
- 그건 좀...

 

아빠, 얘 애인이랑
같이 왔어요

 

반지가 안 보이는데?

 

실은 애인이
싱가포르 사람이라서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서러 왔어요

 

이름이 뭔데?

 

좁은 동네니까
아는 사이일지도 모르지

 

닉 영요

 

네가 만난다던 닉이
닉 영이었어?

 

가장 친한 친구가...

 

콜린 쿠 결혼식에
초대받았어?

 

네, 혹시 아는 사이세요?

 

알다마다

 

쿠랑 영 가문이라니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부동산 개발업자들이야

 

말레이시아, 태국
브루나이, 뉴멕시코에서도

 

그만하면 됐어요

 

콜린 결혼식은
여기선 세기의 이벤트야

 

영 가문은
왕족이나 다름없고

 

그걸 몰랐어?
어떻게 모르지?

 

진작 말하지

 

만나 보니 어떻던?

 

저도 잘 몰라요

 

오늘 저녁에
처음 만나기로 했어요

 

닉 할머니 댁에서요

 

이런 꼴로
닉 할머니 댁에 간다고?

 

말도 안 되지

 

빨간색은
행운의 상징 아닌가요?

 

그래, 복주머니라면 그렇겠지
딩동댕! 정답!

 

- 딩동댕!
- 딩동댕!

 

이 사람들은
그냥 부자가 아니야

 

엄청난 갑부라고, 봐

 

아시아엔 신흥 재벌이 많아

 

베이징 백만장자
대만 거물들

 

하지만 영은
유서 깊은 재벌 가문이야

 

19세기에 돈을 들고
중국을 떠나서

 

이 밑으로 왔지

 

저기 말고

 

여기, 싱가포르에 왔어

 

그땐 밀림에
돼지 농장뿐이라

 

에덴동산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어

 

지금 보이는 게 전부
그 사람들이 지은 거야

 

이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 주인이 됐고, 자

 

엄청 거만하고 고급스러운
'거고족'이야

 

- 여기
- 닉은 안 그래

 

닉은 아니어도
가족은 그럴걸?

 

그러니까 오늘은

 

'인어공주'에 나오는
서배스천처럼 보이면 안 돼

 

알겠어, 꽃게 씨?

 

잠이라도 자나?

 

굼벵이도 아니고
좀 비켜라!

 

차 태워줘서 고마워

 

영 가문 저택에 가볼
절호의 기회잖아

 

다음 교차로에서
유턴하세요

 

유턴하세요

 

주소 제대로 된 거 맞아?

 

내비게이션에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허허벌판이야

 

여기가 어디지?

 

주소는 맞는데

 

- 복사해서 붙여넣었어?
- 응

 

'밀림'을 복사해서
붙여넣은 건 아니고?

 

- 아냐, 여기 맞아
- 왜냐하면

 

네가... 알았어요!

 

세상에, 안녕하세요!
잠시...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시죠?

 

우린 파티 때문에 왔어요
적의는 없어요

 

영 집이
어디인지 아세요?

 

니컬러스 영요, 전 레이철인데
가족 모임 때문에 왔어요

 

명단에 있을 거예요
그런 게 있다면요

 

연락 중이야
저거 총칼인가? 칼총이네

 

한 분 더 계셨네!
안녕하세요

 

지나가라고요? 알았어요

 

차는 찌르지 마세요

 

좋아요, 고마워요
다들 안녕!

 

진짜 근사하다

 

근사해? 이건
2억 달러짜리 집이야

 

쩌는 거지

 

야, 저런 미남을
어떻게 낚았어?

 

고마워요

 

안녕, 예쁜 아가씨

 

우와

 

또 자기한테
반해버린 것 같아

 

레이철!

 

나도 보고 싶었어

 

- 그래?
- 오늘 뭐 했어?

 

레이철!

 

내 친구 페이크린이야

 

- 안녕하세요?
- 네!

 

레이철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뭘요

 

저녁 같이할래요?

 

- 그럴 순 없죠
- 괜찮아요

 

- 약속이 있어서...
- 진짜로...

 

당연히 좋죠!

 

- 보고 싶었어
- 진짜?

 

- 응
- 오늘 어땠어?

 

재밌었어! 페이크린 개도 보고
가족도 만났어

 

"클럽"

 

"파티"

 

"외박용"

 

아냐

 

트렁크에
칵테일 드레스가 있어?

 

이 정도는 기본 소양이지

 

그냥 가족 모임 아니었어?

 

할머니가 친구들을 초대했어

 

월하미인 꽃이 피는데
설명하자면 길어

 

준비됐어?

 

닉, 완전히 파티네요
좋아요

 

위층 욕실에서
갈아입으면 될 거예요

 

알아서 할게요, 고마워요

 

어릴 때 할머니 집에서
살았다더니

 

이런 집일 줄은 몰랐네

 

고마워요

 

안 돼, 손 씻는 물이야

 

- 고마워요
- 감사해요

 

좀 과하지?

 

진짜 근사해, 푸른 언덕에

 

무장한 경호원도 있고

 

거대한 호랑이도 있네

 

좋아

 

저건 하리마우야

 

집에 침입한 걸
증조할아버지가 잡으셨지

 

아스트리드랑 발바닥에
담배를 숨겨놓곤 했어

 

들어갈까?

 

실은 엄마한테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어

 

가자

 

엄마

 

칠칠맞지 못하긴
머리 좀 잘라야겠다

 

먼 길 온다고
안색도 안 좋네

 

주방장한테 말해서
한방 수프 좀 끓여주마

 

호텔로 보내 놓을게

 

이 사람이 레이철 추예요

 

이렇게 뵙게 돼서
정말 기뻐요

 

어머님, 맞지?

 

싱가포르 말을
배우는 중이에요

 

나도 만나서 반가워요

 

남편이 못 와서 아쉽네요

 

상하이에
급한 일이 생겨서요

 

일을 중요시하는 분이라고
말해뒀어요

 

당연히 그래야지

 

교수라고 들었는데
뭘 가르치죠?

 

경제학요

 

아주 똑똑해요
뉴욕대 최연소 교수예요

 

경제학이라

 

어려운 학문이네요

 

부모님도 학자이신가요?

 

아뇨,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대학도
못 나오셨어요

 

미국에 이민 왔을 때

 

영어도 거의 할 줄 모르셨죠

 

하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을 따셨어요

 

그 전까지는
식당 일을 하셨죠

 

자칭 동네에서
최고의 중개업자세요

 

딸이 자수성가한 걸 보고
아주 좋아하시겠어요

 

제 꿈이라면

 

뭐든 응원해 주시거든요

 

'꿈을 좇는다'라

 

참 미국인답네요

 

여기랑 달리 어머님이
아주 개방적이네요

 

여기 부모들은 자식을
자기 입맛대로 맞추려 들죠

 

- 식사 시간이야
- 가렴

 

나도 곧 가마
레이철 양, 반가웠어요

 

네, 저도요

 

날 싫어하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 금방 친해질 거야
- 금방?

 

- 니키! 레이철!
- 아스트리드

 

반가워

 

잘 왔어요

 

- 마이클
- 닉

 

아는 얼굴을 보니
정말 반갑네요

 

남편 마이클이에요

 

안녕하세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우리 모범생 닉이네!

 

레이철 씨, 맞죠?

 

에디슨 청입니다
이쪽은 아내고요

 

- 전...
- 피오나예요

 

아스트리드 공주님과
장난감 병정 마이키는 만나봤죠?

 

아주 유망한 IT
스타트업 사장이에요

 

비밀번호 잊어버리면
마이키를 찾아가세요

 

대만 플라스틱 기업
추 가문 분이시죠?

 

딱 한 대만 날려도 될까?

 

줄 서야 할걸

 

항상 있던 데 있을게
샴페인 마실래?

 

고마워

 

레이철 준비는
단단히 시켰어?

 

레이철은 뉴요커야

 

요즘 애들도 상대하는데
우리 가족쯤이야

 

너무 오랜만에 왔네

 

잠깐만요, 대만의
추 가문 사람이 아니라고요?

 

 

- 홍콩 통신사 추는요?
- 아니에요

 

말레이시아 땅콩 회사
추는요?

 

진짜 있는 건가요?

 

- 네, 전 세계에요
- 잠깐

 

인사 좀 하고 올게

 

- 이따 봐
- 잠깐만

 

중국 라면 기업
추 가문은요?

 

대체 추구시죠?

 

알릭스 고모랑
펠리시티 고모야

 

안녕하세요!
뵙게 돼서 기뻐요

 

월하미인 파티는
처음이라서요

 

파티라면
무슨 명목이든 좋죠

 

부모님도
파티를 즐기시나요?

 

맞다, 어머니만
계시다고 했죠?

 

 

재클린 아줌마
부모님의 오랜 친구분이셔

 

닉의 아버지와
케임브리지 동창이에요

 

아버지가
어느 업계 분이시라고요?

 

제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어요

 

근데 중국 공장에서
일하셨대요

 

니키

 

네 여자 친구냐?

 

빨리 식 올려야겠다!

 

할머님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집이 정말 아름답네요

 

이분은 링 처라고
내 유모야

 

지금은 모두의 도움이 필요해

 

이번만 좀 부탁할게

 

고마워, 끊어

 

슬슬 음식을 치우고 있어

 

당신이 좋아하는 거지?

 

고마워

 

일손이 모자라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

 

아름다운 아스트리드 롱을
사무 보조로 쓴다고?

 

아라민타 처녀 파티가
내일 아니야?

 

빠져나가기에
완벽한 변명거리지

 

고마워, 정말로

 

하지만 내가 알아서 할게

 

알았어

 

포크를 깜빡했네

 

괜찮아, 내가 다녀올게

 

여보, 회사에서
연락 온 것 같아

 

"당신이 없으니까
침대가 허전해"

 

아, 진짜
민망해서 어떡해

 

괜찮아
아무도 몰랐을 거야

 

완전 당황하셨잖아

 

- 어쩜 좋아!
- 이런

 

- 정말 미안해
- 괜찮아, 걱정 마

 

티슈 좀 줄래요?

 

갈아입고 와
내가 같이 있을게

 

고마워, 올리
얘라면 안심해도 돼

 

2분만 기다려
금방 올게

 

미안해

 

안녕하세요
레이철이에요

 

알죠

 

레이철!

 

요리사를 할머님으로
착각했다며?

 

그래도 오늘
화제의 주인공이 됐어요

 

드레스가 맘에 든대요

 

내가 골랐어요!
그렇죠?

 

- 1970년대 여신 같아요
- 그러니까요

 

디스코 버전 클레오파트라죠
좋은 의미로요

 

내 의도가 바로 그거였어요

 

그래요? 올리버예요

 

- 반가워요
- 구두 맘에 드네요

 

- 난 페이크린이에요, 그쪽도요
- 건배하죠

 

귀걸이 예쁘네요

 

귀찌예요, 고마워요

 

진짜요? 와!

 

올리버 씨도 사촌인가요?

 

난 좀 가난한 쪽이죠

 

무지개 오리 새끼랄까

 

그래도 나름 쓸모가 있어요

 

가족들이 원하는 건
뭐든 구해다 주죠

 

황금 비단잉어, 황화리 가구
희귀한 캄보디아 징까지

 

희귀한 캄보디아 징을
뭐하러 사요?

 

살 돈이 있으니까요

 

할머님께서 네 옷을
계속 세탁해놓으라고 하셨어

 

이걸로 입으렴

 

제가 떠났을 때랑
방이 똑같네요

 

담배 찾는 거면
내가 진작에 버렸다

 

엄마한테는
뭘 못 숨기겠네요

 

할머님께 방은
이제 치우자고 했더니

 

이 방이 있으면
꼭 네가 곁에 있는 것 같다셔

 

네가 작년에 안 돌아와서
나까지 한 소리 들었다

 

네가 돌아오길
아버지랑 얼마나 고대했는데

 

너희 아버지도 이제 늙었어

 

네가 도와주면
가끔 쉴 수도 있잖니

 

알아요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뉴욕에서
마무리 지을 일도 있고요

 

드디어 그 아가씨를
만나게 돼서 기쁘구나

 

아주 특별하던걸

 

그렇죠?

 

처음 집에 데려온 여자가

 

중국인 교수면
좋아하실 것 같았어요

 

중국계 미국인이지

 

큰 가족 모임에

 

여자 친구를 데려와서
소개하면

 

어떤 사람들은...

 

중대한 발표 사항이 생기면

 

엄마한테 제일 먼저
말씀드릴게요

 

하지만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요

 

그거 미국 억양이니?

 

저 어때요?

 

완벽해

 

여러분!

 

월하미인은 아주 드물게
단 하룻밤만 피는 꽃이죠

 

아주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한순간뿐이에요

 

새벽이면 시들어 버리죠

 

어서 오세요

 

누가 브래지어를
깜빡했나 보네요

 

키티 퐁, 앨리스터의
현재 여자 친구예요

 

배우죠

 

'여자 둘, 국수 하나'라는
포르노에도 나왔대요

 

생각보다 맘에 들더라고요

 

원작이 훨씬 좋았죠

 

기분 탓인가?
왜 다들 날 보는 것 같죠?

 

질투 나서 그래요
왕자님을 채갔잖아요

 

니키는 상속자 중에서
할머님이 제일 아끼는 애예요

 

경쟁이 치열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마침 오신 것 같네요

 

여기 있었네
한참 찾았어

 

할머니 만나볼래?

 

할머니

 

니키 왔구나!

 

이 할미가
보고 싶지도 않더냐?

 

아직 살아있기에 망정이지

 

밥은 먹고 다니니?

 

삐쩍 말랐네

 

안 그래도 할머니 요리가
먹고 싶었어요

 

할머니

 

제 여자 친구

 

레이철 추예요

 

할머님,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사람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할머님 만두가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요

 

별거 아니에요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저야 좋죠

 

나중에 또 들러요

 

여긴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보세요, 만개했어요

 

닉이 집에 오니 좋네요

 

근데 달라진 것 같아요

 

타향살이가
길어지다 보면

 

자신이 누군지
잊어버리기도 하죠

 

다들 놀아봅시다!

 

레이철! 어서 와요

 

맙소사, 갭이라니
진짜 잘 어울려요

 

고마워요

 

- 그럼 이만 데려갈게
- 잠깐만

 

뽀뽀, 36시간 뒤에 봐

 

- 민티, 멀쩡하게 데려와
- 그래

 

귓등으로도 안 듣네

 

친구들을 소개해줄게요

 

수마트라섬에 있는
엄마 리조트에 갈 건데

 

우리 쓰라고
리조트를 비워주셨어요

 

엄청 재밌을 거예요!

 

빨리 가요
얘들아, 레이철 추야

 

안녕하세요!

 

버나드 타이한테
전부 맡겼어?

 

 

버나드

 

안녕

 

널 위해 준비했다
이 자식아

 

티나! 티니!
쌍둥이도 도착했네!

 

진짜 반갑다, 잘 지냈어?

 

세트로 입장하면
관심 끌기도 쉽죠

 

반가워요, 초면이죠?
어맨다 링이에요

 

레이철 추예요

 

닉 영의 친구군요

 

- 네
- 이쪽은 소문이 빠르거든요

 

뉴욕대 교수라면서요?

 

네, 어맨다 씨는요?

 

변호사예요
영 기업의 법률 고문이죠

 

굉장하네요

 

그냥 지연 덕 좀 봤죠

 

닉과 콜린이랑
가족끼리 친하거든요

 

만나서 반가워요

 

다들 서둘러요
5분 뒤에 이륙이에요

 

가볼까요?

 

가보죠

 

신난다!

 

그냥 애들이랑
주말 동안 놀고 싶었는데

 

맥주도 마시고
럭비도 좀 하고

 

걱정 마, 무슨 일이 있든
재밌을 거야

 

- 그래
- 애 좀 만들어 봅시다!

 

과연 그럴까?

 

"공해"

 

총각 파티 하면
뻔한 것들을 떠올리지

 

여자, 마약, 개싸움

 

그건 하류야

 

이렇게 거대한 파티를
준비하려면...

 

엄청난 재수탱이가
필요하지

 

엄청난 두뇌가 필요해

 

파티 장소가
정확히 어디라고?

 

바로 저기

 

이게 뭐야?

 

"갑부 콜린 총각 파티"

 

봤어?

 

닉, 뭘 걱정해?

 

여친은 신경 꺼
여기 온 것만도 출세한 거지

 

- 말 참 예쁘게 한다, 에디
- 왜?

 

그럼 아닌 척
연기라도 하라고?

 

이게 무슨
동화 속 이야기야?

 

호박 마차 타다가
벗겨진 구두라도 주워줬어?

 

홍콩에서 가장 큰
선박 회사 딸인데도

 

피오나랑 결혼할 때
말이 얼마나 나왔는데

 

아라민타도 예쁘긴 한데

 

걔네 부모님이
리조트 재벌 아니었으면

 

너희 아버지가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했을까?

 

레이철은 가진 게 뭔데?

 

절벽 가슴!

 

괜히 힘 빼지 마
취해서 그래

 

야, 재미없다
마사지나 받자

 

거기, 총각 씨

 

주말이 끝나기 전에
한 번 받게 될 거야

 

아니면 묶어서
거기 털을 싹 밀어버릴 거니까

 

한번 해 봐

 

배에서 탈출해야겠다

 

"삼사라섬"

 

지상낙원에 온 걸 환영해

 

여긴 삼사라섬이야

 

서로 우정을 다지고

 

모두의 마음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

 

모두의 행복을 위해

 

완전 공짜 쇼핑부터
시작해볼까?

 

얼른 가요!

 

내가 먼저 집었거든?

 

- 가슴도 없는 게!
- 앞뒤 구분도 안 가는 게!

 

- 아니거든?
- 맞잖아!

 

앞으로 1분!
몸에 걸친 것만 가질 수 있어

 

1분 남았어!
제대로 걸쳐야 해

 

부자만큼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도 없죠

 

원피스 하나면 돼요?

 

팔 뜯길까 봐 무서워서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이건 어때요?

 

닉은 참 복도 많지

 

끝! 다음 순서는...

 

스파!

 

"라와섬"

 

넌 진짜 천재야

 

친구 좋다는 게 뭐야?

 

그래도 조종사 자격증
따놓길 잘했네

 

- 자
- 고마워

 

이렇게 맛있는 맥주는
처음이야

 

나도 동감이야

 

아라민타만 아니었으면
너한테 청혼했을걸

 

하지만

 

우리 사이엔
걸림돌이 하나 있지

 

- 설마!
- 그래

 

- 진짜야?
- 응

 

- 잘됐네! 축하해!
- 고마워

 

- 그래
- 진짜 잘됐다

 

- 난 준비됐어
- 그래

 

그럼 해야지!

 

야, 내가 다 기쁘다

 

고마워

 

방금 마사지사 손길에
임신한 것 같아요

 

왜 닉이 귀국을 미뤘는지
알겠어요

 

무슨 뜻이에요?

 

원래 작년에 돌아와서

 

가업을 이을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말을 바꿔서
부모님이 펄쩍 뛰셨죠

 

하지만 이렇게 왔으니
전부 용서하실 거예요

 

아예 돌아온 건 아니잖아요

 

결혼식 때문에
잠깐 온 거니까요

 

그렇구나

 

왜?

 

아니, 난 진짜 기뻐

 

코흘리개 때부터
알고 지냈잖아

 

뭔가 걸리는 게 있는 거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넌 집에
돌아올 생각이었잖아

 

하지만 레이철은
뉴욕에 직장이 있고

 

그래, 의논해 봐야지

 

의논해 본다고, 그래

 

다 이해해요

 

닉 같은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불안해지죠

 

가족의 기대가 크니까요

 

사업도 그렇고
연애 상대한테도요

 

마치

 

닉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예요

 

우리 사귄 적 있다고
닉한테 들었죠?

 

아주 옛날 일이지만요

 

가족들도 그렇고
특히 어머님이

 

우리가 결혼하길
바라셨지만

 

그땐 준비가 안 됐어요

 

넌 초등학교 때부터

 

차기 회장이자

 

후계자로
내정되어 있었잖아

 

가족들이
널 놔줄 것 같아?

 

혹시나 네가...

 

설마

 

아예 연을 끊으려고?

 

전부 앨리스터랑
에디한테 넘기고?

 

절연할 생각 없어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은 것뿐이야

 

무조건 하나만
택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거 알잖아

 

정말 존경스러워요

 

가족을 직접 만나러 올
배짱이 있다니

 

특히 어머님이
자기편이 아닌데도요

 

가족 문제는 그렇다 치고

 

결혼한 뒤엔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어?

 

넌 누구도 손댈 수 없는
니컬러스 영이야

 

넌 항상 그랬지만
레이철은 아니야

 

니컬러스 영 부인이 되면

 

매일 고통스러울 거야

 

"이동한다"

 

"그대로 낚아서 물 먹여 줘"

 

그 여자가 티니한테
땡 잡았다고 그랬대

 

너무 뻔하지 않아?
그렇게 예쁜 얼굴도 아니고

 

성형수술이 뭔지 모르나?

 

이런

 

미안해요

 

레이철도 각오가 됐을까?

 

레이철?

 

- 정말 미안해요
- 괜찮아요

 

걔들 말은 신경 쓰지 마요
여기서 룸서비스나 시킬까요?

 

"땡 잡는 대신
이거나 잡으시지"

 

경비 부를게요

 

아뇨

 

소란 피우기 싫어요

 

그거야말로 저 인간들이
바라는 바니까요

 

원래 주말 동안
손톱, 발톱 관리받고

 

칵테일이나
마실 예정이었는데

 

이런 건 예정에 없었어요

 

왜 아라민타는
저런 친구들이랑 만날까요?

 

엄청 못됐는데

 

평생 저런 친구들과
살다 보면

 

팔이 안으로 굽거든요

 

특히 모자란 인간들요

 

마이클은 물고기 죽이는

 

소시오패스랑
엮일 일 없었겠죠

 

두 사람은
어떻게 이겨냈어요?

 

이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순탄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나아지긴
하나 보네요

 

물론이죠

 

괜찮아요?

 

 

사실은

 

안 괜찮아요

 

나한테 말해도 돼요

 

그이가 바람을 피웠어요

 

많이 힘들겠어요

 

- 어서 오십시오
- 그래요

 

자기 가족 만나고

 

친구 결혼식 가서
맛있는 거 먹을 줄 알았더니

 

재벌 2세 재산을 노리는

 

드라마 속
악녀가 된 기분이야

 

무슨 일 있었어?

 

어맨다가 그러더라

 

자기가 작년에
싱가포르에 안 돌아온 게

 

내가 꼬셔서 그런 줄 안대

 

귀국 얘기는
나도 금시초문인데

 

자기가 화내는 것도
당연해

 

아직 안 끝났어

 

아라민타 친구들이

 

내 방 침대에
물고기 내장을 뿌려놨어

 

땡 잡는 대신
이거나 잡으래

 

연쇄살인범처럼
커다랗게 써놨어

 

그게 다야?

 

제발 그게 끝이라고 해줘

 

선글라스 쓰고
명품 백 들고 다니는

 

멍청한 애들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어

 

당신 전 여친이
뭐라든 관심 없고

 

근데 왜 나한테 숨겼어?

 

내가 잘못했어

 

- 내 잘못이야
- 왜? 날 시험하려던 거야?

 

- 왜 그런 짓을 해?
- 내가 실수했어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내가 누군지

 

우리 가족이 누군지
전혀 신경 안 썼잖아!

 

그래, 그딴 걸
뭐하러 신경 써?

 

내 말이 그 말이야

 

당신은 내가 이제껏 본
여자들이랑 달랐어

 

난 당신 곁에 있을 때
내 모습이 좋아

 

그게 바뀌는 건 싫어

 

이기적인 거 알아

 

혼자서 그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지금은 곁에 있잖아

 

무슨 일이 생겨도
함께 헤쳐나가자

 

죽은 물고기도 그렇고

 

알았지?

 

진짜 징그러웠어

 

그래도 묻어줬지만

 

잘했네

 

이리 와

 

오늘 뭔가 하자

 

우리 둘이서만, 알았지?

 

- 물론이지
- 좋아

 

근데 그 전에
만두부터 만들어야 해

 

괜찮아?

 

먹어도 돼?

 

얼마든지

 

그럼 좋아

 

너무 많지 않아요?

 

그래 봤자 결혼식 전날
식사 자리인데

 

인색하다는 소리
듣는 것보단 낫죠

 

어디 보자

 

아기를 침대에 눕혀서

 

잘 덮어주면 돼
반대쪽도 똑같아

 

그리고 잘 자라고
뽀뽀해주는 거지

 

귀엽네

 

- 어때?
- 그리고 먹어버리겠지

 

잘 쪄서 먹는 거지

 

잘 익었는지 확인해야지

 

- 할머님한테 배웠어?
- 응

 

반면에 난
고모할머니께 배웠죠

 

얼굴에 보톡스를 넣고
꼬집는 거란다

 

그럼 완성!

 

다들 어릴 때
배운 거예요?

 

어쩔 수 없이요

 

우리가 너희 키우느라

 

얼마나 피땀 흘렸는지
너희도 알아야지

 

양놈들처럼

 

마카로니 치즈나
데워 먹이지 않거든

 

그러니까
거기 애들이 나중에

 

부모를 양로원에 보내지

 

그러게 말이야

 

할머님께선 이런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하셨어요

 

자식에게
짐을 지우는 풍습도

 

꼭 지켜야겠네요

 

전 좋았어요

 

학교가 끝나면 엄마가
만두를 만들고 기다리셨죠

 

운 좋은 녀석

 

전 학교 끝나고
만들어주신 적 없잖아요

 

그거야 펠리시티 고모는
피부 관리받느라 바쁘셨으니까

 

이 녀석 잘난 체는

 

할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호되게 맞았을 거다

 

이거 돌체거든요?

 

광둥어 할 줄 알아요?

 

아뇨

 

그냥 화목한 모습이
보기 좋아서요

 

전 엄마랑

 

둘뿐이었는데
그것도 좋았지만

 

이런 대가족은
처음이라서요

 

정말 보기 좋아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우리 모두 축복받은 거죠

 

어머님, 반지가
정말 예쁘네요

 

그런 건 처음 봤어요

 

닉 아버지가 청혼할 때
만들어 준 반지예요

 

낭만적이네요
어떻게 만나셨어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같이 법대에 다니셨어

 

변호사셨어요?

 

아뇨, 결혼하고
자퇴했거든요

 

가업이랑 양육을
돕기로 했죠

 

나한텐 오히려
감사한 일이었어요

 

아가씨는 구시대적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요

 

우리 가족이랑

 

만두 빚는 문화를
인정해줘서 고맙지만

 

이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우린 개인의 꿈보다는

 

가족을 우선시하거든요

 

전부 모였구나!

 

할머니

 

고마워요

 

 

앉으세요

 

니키

 

아가씨도 데려왔구나
잘했다

 

낮에 보니
얼굴이 더 잘 보이네

 

복이 많은 코야

 

좀 더 잘 보이게
가까이 와 봐요

 

관상이 아주 좋네

 

앉자

 

네가 만든 만두니?

 

모양이 별로구나

 

감을 잃은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길을 잃었나 봐요
집이 넓네요

 

마주쳐서 다행이에요

 

아까는 내가 너무 심했죠?

 

아니에요

 

제가 오히려 죄송하죠
다른 뜻은 없었어요

 

괜찮아요

 

무슨 반지냐고 물었죠?

 

닉 아버지가 청혼할 때
만들어 준 반지 맞아요

 

할머님께서 집안 반지를
내주지 않으셨거든요

 

할머님이 고른
신붓감이 아니었죠

 

그분 기준에
전혀 맞지 않았어요

 

정말 죄송해요
전 그런 줄도 모르고

 

난 출신이 좋지 않았고
연줄도 없었어요

 

아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신 거죠

 

하지만 이젠
인정하신 것 같던데요

 

오래 걸렸죠
걱정하실 만했어요

 

난 얼마나 큰 노력과
희생이 필요한지 몰랐거든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의심했어요

 

하지만 여기까지 와보니

 

이것만은 알겠더군요

 

아가씨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돼요

 

어서 가죠, 닉이
걱정하면 안 되니까요

 

괜찮아?

 

 

엄마가 좀
어려운 분이긴 하지만

 

날 위해서라면
뭐든 하실 분이야

 

내가 어릴 때 할머니 댁에서
큰 이유가 있어

 

할머니께서 엄마를
탐탁지 않게 여기셨거든

 

그래서 난 할머니한테
사랑받을 수 있게 보내신 거지

 

아직 어린애를?

 

그래

 

외부인이 보기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다 가족을 생각해서
그러신 거야

 

모두를 위해서

 

어쨌든 평생 먹을 만두는
다 먹은 것 같아

 

이제 뭐 할까?

 

초밥, 영화, 원하는 건
뭐든지 말해 봐

 

잠깐, 뭐?

 

이런 느낌이었어?
넌 우리 '아들'이랑 안 어울려

 

아니면...

 

'넌' 우리 아들이랑 안 어울려

 

두 번째 같았어

 

울고 싶은데
토하고 싶은 기분이더라

 

진짜 강적이네

 

백만 달러 주면
헤어지겠다고 했으면

 

바로 수표 써줬을걸

 

여기선 흔한 일이지

 

파리보다 못한 것
보듯이 했어

 

천만 달러 불렀어도
바로 내줬을 거야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

 

닉은 엄마 신봉자니
말할 수도 없고

 

맞아, 중국 남자들은
엄마 방귀도 향기로운 줄 알지

 

할머님도
네 얼굴이 맘에 안 든대?

 

내 얼굴이 맘에 안 든다고
한 사람 없거든?

 

할머님은 복 코라고
좋아하셨고

 

잘됐네!

 

아무리 남친 어머니가
널 싫어해도

 

숭고한 장유유서 정신을
깨뜨릴 수 있겠어?

 

결혼식도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두 사람 결혼식인데
괜히 소란 피우긴 싫어

 

그냥 빠지는 게 낫겠어

 

식중독이라도 걸렸다고 하고

 

- 왜?
- 변명은 집어치워

 

- 겁나서 그런 거잖아
- 아니거든?

 

네가 지금
착각하는 게 있는데

 

있지

 

예비 시어머니한테
귀염받는 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게 중요한 거야

 

지금은 분수도 모르고
돈만 노리는

 

- 골 빈 꽃뱀에...
- 알아들었어

 

쓰레기 같은 바나나라고
생각하는 상태잖아

 

겉은 노랗지만
속은 하야니까

 

바나나가 뭔진 나도 알아

 

하지만 사실 넌
게임 이론을 연구하는

 

엄청 똑똑하고
세련된 교수잖아

 

그런 모습을
보여주란 말이야

 

맞아

 

당연히 맞지
내 말은 항상 맞으니까

 

그래, 누가 먼저 도망치나
치킨 게임을 하는 거지

 

내가 겁쟁이처럼

 

먼저 물러날 것 같으니까

 

하지만 물러날 순 없지

 

적어도 그 사람한테선
아니야

 

그래, 매운맛을 보여줘

 

- 난 겁쟁이가 아니야
- 넌 겁쟁이가 아니야

 

결혼식장에 가서 보여줘
'봤냐? 이게 나다!'

 

봤냐? 이게 나다!

 

아주 싸가지 없게!

 

죄송해요, 아저씨

 

오늘 밤엔 뭐 할 거야?

 

페덱스나 갈까 했는데...

 

왜?

 

이날만 기다려 왔어

 

눈썹 다듬고
고데기 하고

 

쌍꺼풀 테이프도 붙이자

 

어때요?

 

전부 다 해야죠

 

한국 달팽이
마스크팩도 하고요

 

피부가 너무 건조해서
내 맘이 다 아프네

 

고마워요

 

누군가는 독재에
반기를 들고 일어서야죠

 

나 말고 레이철이요
내 얘긴 비밀이에요

 

물론이죠

 

좋아요, 카푸치노 팀
솜씨 좀 발휘해 봐요

 

자주색 발렌시아가
분홍색 클로에

 

잠바티스타랑
보테가 몽땅 가져와요

 

러플 해체한
제이슨 우 옷도

 

나 먹을 샌드위치도요

 

- 좋았어
- 좋아요

 

괜찮은 거 맞나?
꼭 광대용 탐폰 같은데

 

양 많은 날용으로요

 

꽃 같네요

 

모두 기피하는
아주 외롭고 슬픈 꽃

 

세기의 결혼식이니
당연히 참석해야죠

 

그렇게 나쁘진 않아요

 

잘 잡아주네요

 

옷이 아주 잘 받쳐주네

 

들어갑니다

 

알았어

 

모두 사랑해요

 

'타이베이 타이거 2'는
장르의 혁신이에요

 

- 키티는 그야말로 스타죠
- 곧 개봉할 거예요

 

눈부셔라

 

이래서 디스코가
유행이 식은 거예요

 

꼭 문란한
에볼라 바이러스 같아

 

무지개 맛
스키틀 봉투 같아요

 

아무래도...

 

네가 골랐다고 해

 

남자 얘기는
듣기 싫을 수도 있잖아

 

알았어

 

최적의 각도 기억하지?

 

바로 여기야!

 

여기요

 

뉴욕에서 온
레이철 추입니다

 

뉴욕에서 온 레이철 추요

 

레이철 씨, 이쪽요

 

아주 좋아요

 

좀 비켜주세요

 

- 엄청 예뻐요!
- 고마워요

 

여러분, 좀 비켜주세요

 

아주 좋아요
드레스가 예쁘네요

 

안녕하세요

 

어맨다

 

길 좀 비켜줄래요?

 

쟤 지금 뭐래?

 

중국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어

 

월요일에 선전에 가서
안심시켜야 해

 

캐시언 생일이잖아

 

그래

 

나도 빠지긴 싫은데
중요한 일이야

 

아들 생일은 안 중요하고?

 

다른 사람한테 맡겨

 

아니면 출장 가야 할
다른 이유라도 있어?

 

무슨 뜻이야?

 

당신 바람피우는 거 알아

 

맙소사, 여보

 

일단 식 끝나고
얘기하자

 

소란 피우긴 싫어

 

남편이 바람피우는 걸
알았는데

 

사람들 이목이 걱정돼?

 

소리라도 지르면 좋겠어?

 

그래, 솔직히 그러면 좋겠어

 

그럼 당신이나
가족 평판보다

 

날 더 생각한다는
뜻일 테니까

 

내 탓 할 생각 마

 

지금 잘못한 사람이 나야?

 

당연히 아니지

 

당신은 언제나 미와 재력을
갖춘 완벽한 존재고

 

난 운 좋은 거 빼고는
별 볼 일 없는 놈이니까

 

그렇게 말하지 마

 

내가 모를 줄 알아?

 

그래서 항상 쇼핑한
신발과 보석을 숨겼잖아

 

매 순간 내 위치를
상기시켜 주려고

 

이젠 질렸어

 

내가 뭘 하든 당신은
신경도 안 쓰잖아

 

심지어 바람을 피워도

 

당연히 신경 쓰이지!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이게 교회래요, 논이래요?

 

결혼식에
4천만 달러를 썼대요

 

정말?
너무 과하지 않아?

 

우린 감리교 신자라
2천만 달러밖에 못 쓰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악명 높은 인탄 공주네요

 

하객석 한 줄을
비워달라고 했대요

 

다른 사람 때문에
귀찮을 일 없게요

 

정말요?

 

저게 누구죠?

 

안녕하세요

 

레이철 양
이렇게 다시 보니 좋네요

 

저야말로 영광이죠

 

미안하지만 우리 줄은
자리가 꽉 차서요

 

옷 맘에 드네요

 

봤냐? 좋았어

 

인탄 공주님
레이철 추라고 합니다

 

아시아 경제 학회지에 실린

 

소액 융자 글
정말 잘 읽었어요

 

비판이 쇄도했었죠

 

제가 볼 땐 사람들이
요점을 놓친 것 같아요

 

그 덕에 도움받은 여성이야말로
경제의 근간이죠

 

이름이 뭐라고 했죠?

 

레이철 추요

 

만나서 반가워요
여긴 어쩐 일로 왔죠?

 

남자 친구가...

 

어머니가 오셨어요
원래 이런 데 안 오시는데

 

감사해요, 할머니

 

가족끼리는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기분은 어때?

 

- 좋아
- 절대 긴장하지 마

 

- 안 해
- 너 멋지다

 

고마워

 

너희 가족 자리에
레이철이 없는데?

 

그래, 어쩔 수 없지

 

어머니께서 그리
반겨주시진 않았으니

 

뒷자리 어딘가에
앉아 있을 거야

 

아냐, 바로 앞에 앉았어
직접 봐봐

 

아주 강한 여자를 만났네

 

얘들아, 시간 됐어

 

- 알았어
- 가자

 

- 야
- 응?

 

불알 뜯기지 않게
잘 지켜라

 

농담이야

 

그런데도 나와줘서
고맙다, 버나드

 

내 얘기 아니야

 

가자, 고마워, 버나드

 

- 나 아니야
- 그래

 

옛말에 이르길

 

어리석은 자만이
서두른다 하지만

 

당신을 향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걸요

 

이대로 마음을 따른다면

 

죄가 될까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걸요

 

강물이 흘러

 

바다로 향하듯이

 

당연한 순리처럼

 

자꾸만 그대에게 끌려요

 

내 손을 잡아요

 

내 삶을 전부 줄게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요

 

당신에게 자꾸만 끌리는

 

이 마음을
어쩌면 좋을까요?

 

자기 오늘
진짜 예쁜 거 알아?

 

허리가 너무 조여서
숨을 못 쉬겠어

 

옷 말고 당신 말이야

 

잠시만요

 

가만히 서서 뭐 해요?
빨리 가요

 

- 가자, 니키닉
- 그래

 

잘 추더라

 

- 그래? 딱 두 번 밟았어
- 잘했어

 

올리버

 

왜 그러세요?

 

저것 좀 잘 처리해 봐

 

분부대로 하죠

 

턱시도 좀
자주 입어야겠다

 

항상 말이야?

 

응, YMCA 경기장에서
농구 할 때나

 

면도할 때나 양치할 때도

 

앨리스터
너희 아버지가 찾으셔

 

계좌가 왜 이렇게 비었냐고
하시던데

 

망했다

 

자기야? 진짜!

 

결혼식은 어때요?

 

너무 멋져요!

 

앨리스터랑 결혼할 때도
딱 이렇게 하고 싶어요

 

아니다, 더 성대하게요!

 

결혼식은 무슨
잔치국수나 내오면 다행이죠

 

앨리스터는 돈 없는 집
넷째 아들인 거 알아요?

 

상속받을 돈도 없어요
이런 결혼식이 탐나면

 

외동아들을 만나야죠

 

예를 들자면...

 

버나드 타이 같은 사람

 

도련님

 

할머님께서
두 분 모두 부르십니다

 

그래

 

파티 끝내주네

 

그러게

 

이거 들고 있어

 

할머니, 엄마
무슨 일이에요?

 

레이철 양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확실히

 

똑똑한 아가씨 같더군요

 

하지만 우리 아들의 미래를
망치는 건 용납 못 해요

 

할머니!

 

미안하지만 이 아가씨가
가족에 관해서

 

거짓말을 했더구나

 

네?

 

사설탐정을 고용해서...

 

- 뭘 해요?
- 과거를 조사해봤다

 

아버지가 중국에서
돌아가셨다던데...

 

엄마!

 

거짓말이었어

 

남편은 멀쩡하게
살아 있더구나

 

이 아가씨는 외도로 낳은

 

혼외자식이었어

 

그 사실을 들킨 뒤에
미국으로 도망쳤고

 

- 전부 여기 나와 있다
- 왜 그런 짓을 하세요?

 

- 이 정도는 알아야지!
- 아뇨!

 

거짓말이에요!

 

이런 걸 숨겼다가
얼마나 큰 추문이 퍼질지

 

생각이나 해봤니?

 

그럴 일 없어요

 

이런 집안과는 엮일 수 없어

 

저도 이런 집안은
사양이에요

 

레이철

 

체통을 지켜야지
쫓아가지 마라

 

안 된다

 

가면 돌아올 생각 마!

 

놓으세요, 레이철!

 

닉!

 

다 너 때문이야

 

그러게 애초에

 

왜 애를 외국에 보내?

 

이 꼴 좀 봐라!

 

신데렐라 씨, 왜 그래요?

 

자정이 되기 전에
드레스 반납하려고요?

 

- 니키닉!
- 마침 잘 왔다

 

올리버

 

- 니키
- 레이철 못 봤어?

 

- 니컬러스! 오랜만이야
- 그래

 

어맨다, 지금은 안 돼!

 

레이철, 아침 먹자

 

뭐 좀 먹어야지

 

아니면 화장실에 가거나
샤워라도 하든지

 

필요하면 말만 해

 

언니, 저녁 먹어요

 

고마워

 

오늘 밤에 또 들를게

 

레이철, 제발
전화 좀 해 줘

 

언제든 좋아, 제발

 

레이철, 손님 왔어

 

만나기 싫어

 

닉 아니야

 

엄마!

 

더 마셔

 

당귀랑 인삼 달인 차야
기운이 날 거야

 

감사해요

 

넌 어릴 때부터
심지가 곧았지

 

이번 일도 이겨낼 거야

 

왜 아버지 얘기
말 안 해주셨어요?

 

내 남편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

 

날 때렸지

 

그때 동창인 친구가
날 많이 도와줬어

 

결국 사랑에 빠졌고

 

아이가 생겼지

 

그게 바로 너야

 

남편이 알면
우리를 죽일까 봐

 

널 데리고
미국으로 도망쳤다

 

혹시

 

그분한테 연락할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매일 했지

 

처음 미국에 왔을 땐

 

어떻게든
연락하고 싶었지만

 

남편에게 들킬 봐
너무 두려웠어

 

이제 와선 괜히
소란 피우고 싶지도 않고

 

정말 죄송해요

 

그런 소리 마

 

잘 들어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널 만난 거야

 

용감하고 똑똑한 우리 딸

 

진짜 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집에 가고 싶어요

 

닉 전화 받고
여기까지 온 거야

 

가기 전에 얘기는
해야 하지 않겠니?

 

사진은 나중에
이메일로 보내줄게요

 

언제부터
거기 서 있었어?

 

얼마 안 됐어요

 

전부 미안해

 

우리 어머니가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어

 

- 당신 잘못 아니야
- 맞아

 

어렸을 때부터
내겐 가족이 전부였어

 

이젠 가족들 잘못을
덮어주지 않을 거야

 

 

나랑 결혼해 줘

 

뉴욕에서 함께
새 삶을 꾸리자

 

우리 둘이서
다른 건 다 버릴게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귀도 어둡고
민난어밖에 몰라요

 

엄마한테 배웠어요

 

마작을 알면
인생에 도움이 된다셨죠

 

협상, 전략 세우기, 협동까지

 

마작 수업이나 하자고
여기로 부른 건 아니겠지

 

 

나도 어머니께 배웠지

 

엄마 얘기는
닉한테 들으셨겠지만

 

처음부터 제가 싫으셨죠?

 

왜죠?

 

민난어에 이런 말이 있어

 

'우리 동족'이란 뜻이지

 

넌 우리 동족이 아니야

 

부자가 아니라서요?

 

영국 기숙사 학교나

 

부유한 가족 출신이
아니라서요?

 

넌 외국인이잖아
미국인이지

 

미국인이 생각하는 건
자신의 행복뿐이야

 

아들이 행복하길
원치 않으세요?

 

그런 건 환상이야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다른 것들이지

 

넌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절 모르시잖아요

 

닉에게 필요한 건
너 같은 애가 아니야

 

닉이 어제 청혼했어요

 

어머니랑 가족이랑
완전히 연을 끊겠대요

 

걱정 마세요, 거절했어요

 

이길 패를 버리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지

 

승리 같은 건 없어요
어머님 덕분에 확실해졌죠

 

닉이 절 선택하면
가족을 잃을 테고

 

가족을 선택하면

 

앞으로 영원히 어머니를
원망할지 모르니까요

 

그 애를 위해서
선택한 거구나

 

겁나거나

 

제가 부족해서
떠나는 게 아니에요

 

이제서야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전 충분히
멋진 사람이에요

 

누구보다
닉을 사랑하지만

 

또 어머니를
빼앗고 싶지 않아요

 

이것만은 언젠가
알아주셨으면 해요

 

어머님 성에 차는
운 좋은 며느릿감을 만나서

 

월하미인이 피고
새가 지저귀는 동안

 

손주들과 놀게 된다면

 

그건 제 덕분이라는 걸요

 

하층민 출신
이민자 어머니가 키운

 

가난한 여자 덕분이라고요

 

왔어?

 

나머지 짐은
나중에 사람을 보낼게

 

캐시언 만나는 문제
좀 상의해

 

얘기는 됐어

 

뭐?

 

이삿짐 문제는 걱정 마

 

당신 집이니까 가져
우리가 떠날게

 

떠난다니?
어디로 가려고?

 

내가 가진 아파트 14채 중에
어딘가로 가겠지

 

캐시언 만나는 건
캐시언 상황에 맞출 거고

 

잠깐만!

 

우리가 이렇게 된 게
내 탓만은 아니잖아

 

맞아, 나도 당신에게
계속 뭔가 숨겼지

 

구두를 숨기고
일을 거절하고

 

자선 활동도, 당신이
위축될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명심해

 

우리 결혼이 실패한 건
우리 가족 돈 때문이 아니야

 

당신이 겁쟁이라서
도망쳐버렸기 때문이지

 

당신 자존감 채워주려고
내가 왜 그리 애썼을까?

 

당신은 원래
그 정도의 사람인데

 

잘됐네!

 

닉이랑 재수 없는 가족한테서
드디어 탈출하다니

 

애인도 돈도 없지만

 

네 신념을 지켰잖아

 

그래서 네가 존경스러워

 

그동안 고마웠어

 

- 안녕히 가세요, 아주머니
- 그래, 고마웠다

 

말려봤자 갈 거지?

 

우리 동생 아직 싱글이야

 

안녕

 

레이철!

 

레이철! 거기서 기다려

 

담요 더 있나
물어보고 올게

 

저기요!

 

죄송해요, 잠깐만요
닉, 여긴 어쩐 일이야?

 

같이 뉴욕으로 가려고

 

안 그래도 힘든데
이러지 마

 

당신한테 청혼하는 모습을
항상 상상했어

 

전부 준비해 놨었어

 

저 여기 있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싱가포르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에 갈 거야

 

어릴 때 다니던
숨겨진 길이 있는데

 

아름다운 호수가 보이는
만이 있어

 

미안한데 잠깐만요

 

수평선에 해가 떠오를 때
내가 무릎을 꿇는 거야

 

그럼 세상 모든 것이
멀어지고

 

세상엔 당신과...

 

당신과...

 

당신과...
죄송한데 제가 도와드릴게요

 

됐어요, 잠깐만 기다려

 

손님도요?
손 조심하세요

 

- 올리시고, 좋아요
- 고맙습니다

 

이제 됐죠?

 

30초만 양해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지나갈게요, 죄송합니다

 

비밀의 낙원과는
거리가 먼 곳이지만

 

당신이 어디에 있든
거기가 바로 내 자리야

 

하지만 난...

 

레이철 추

 

나랑 결혼해 줄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될 수 있게 해줘

 

그래! 무조건 할게!

 

좋아!

 

- 사랑해
- 나도 사랑해

 

기억에 남을 만한
귀국 여행이 되겠는걸

 

사실 난 하루 더
머물 생각이었어

 

주인공이 오셨네!

 

어서 애 만들어요!

 

자 막 : 구 영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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